2016.07.23 03:48

[蒼霞哀歌] 청목수목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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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蒼霞哀歌] 청목수목원을 찾아서

#파란노을 #부산진구 #범전동 #청목수목원 #수목원 #집창촌 #시민공원 #송상현광장 #양정공원

구상만 10시간이 넘었다.

본디 성격이 단순, 무식, 과격하고, 급하고, 직선적이고 저돌적이다. 적당한 단어를 고른다고 고민 중이다.

내 가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수목원이다. 지도를 보다가 집 가까이에 청목수목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음날 바로 출발했다. 집 - 학교 - 도서관밖에 몰랐던 범생(모범생은 아님)이지만 30년을 넘게 산 부산에서 청목이란 이름은 좀 낯설었다.

사실은 범전동도 처음 알았다. 시민공원과 송상현 광장과 양정공원 사이의 동해남부선에 가려진 곳, 그곳이 집창촌이었던 것도 집에 도착해서 검색을 해 본 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좁고 깊고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거제리 시장가는 길에 살았던 적이 있다.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동네주민이라고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지나가면 누나들이 옷 매무새를 바로 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고맙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청목수목원이 단순히 정원수를 팔던 곳인지 정말로 수목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있었던 것은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수목원은 없었지만 난 수목원을 다녀온 것 같다.

가난한 마을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자투리 땅마다 꽃을 많이 심는다는 것이다. 물론 작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해운대 신시가지 보다 생물의 수는 모르지만 종 다양성은 월등히 높다.

그 리고, 좁고 깊고 바람이 많은 골목길도 인상적이었다. 막다른 골목 끝에서 새로운 골목으로 연결되는 것도 신기했다. 사실 현장에서는 골목투어를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발이 흔들리고,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다. 방관자로 살아온 전생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유월 어느날처럼 깊은 한 숨과 함께 청목수목원을 외면하고 돌아선다. 송상현 동상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하늘은 눈이 부셨다. 조국은 갈짓자 걸음을 걷는데 충렬공께서는 시민공원을 바라보시면 침묵시위 중이시다. 심장을 찌르던 일본도의 날카로움 아픔을 잊고 싶으신가 보다.

이제 송공삼거리 양정을 지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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