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00:08

쇳덩이님(민경석)을 보내며...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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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4월에 산따라에 깊이 자리 잡았던 쇳덩이님이 떠났습니다.

 

우리에게 4월은 많은 변곡점이 있지요. 제주 4.3사건, 4.19, 4.16 참사 등. 

이 4월에 우리 벗 쇳덩이님이 또 떠나네요.

 

1960년대 어려웠던 시절, 형편이 어려워 형님만 학교를 겨우 다니고 본인은 대신 중학교 입학후 포기하고  

직업일선에 들어가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형님도 일찍 세상을 떠나심에 집안 전체를 꾸려야 했던 사람.

 

검정고시 독학으로 제도권 교육을 배워야 했고 20대에 열사 사우디 현장에서 수많은 책들을 다독했고 

그 덕분에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고..

그의 글과 음악에 많은 현실감과 긴 울림이 있었던 배경은 천부적 감성과 저 시기 다독한 지식의 산물이리라...

 

지인의 범위가 주로 건설현장의 속칭 노가다 멤바만 50여년 제한되어 오다 산따라 동지들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라며 조금만 술 취해도 어린이 처럼 감사하고 흐믓해 했어요.

노가다 비하가 아니라 아마도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해서 본인만 못가졌다고 여기는 한계점을 산따라에 

서 만남의 범위가 넓어짐에 얻은 행복감이리라...

 

3년간 시한부 삶을 안고 우리 모두가 인지못할 정도로 평상심을 유지하며 우리를 대했던, 뒤푸리 후에 모두들 

기분들떠 각자 떠날 떄 착잡한 심사로 이 시절 다시 못오리라 많이 아쉬워 했겠지요.

 

농담을 진담보다 더 진담스럽게 얘기하며 좌중을 웃기고, 산따라에 여성들과 얼굴 맞대고 식사하고 

술 마시는 게 평생 첨이라고...

 

작년 가을인가? 저녁식사님, 그냥저냥님과 같이 저녁식사 후 머리를 숙이고 떠나는 쇳덩이님의 뒷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고, 2달 전인가 전화에 동남아 여행으로 통화가 안되었고 몸이 좀 나아지면 연락하여 

보자고 한 것이 마지막 통화 목소리였습니다.


3년간 홀로 외롭게 항암치료 견디며, 많이 좋아 했고 좋아를 받았던 산따라 식구들을 그리며  여러 밤 

고통을 참으며 얼마나 많이 맘 아파 했을꼬..

 

북한산 진달래와 살구꽃 등, 수많은 꽃들이 피는 이 시절, 이것도 못보고 떠난 쇳덩이님은 남아 있는 우리들을 

더 애달프게 해요.

 

이승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속, 여린 마음을 가진 벗이며 동지, 쇳덩이님의 흔적을 적으며 덕분에 많이 

행복했고 그래서 오래도록  생각날 거고...

 

많이 고맙고 편히 가소서.

댓글

  • urinun메시지 아이콘

    새벽길님의 마음이 바로 저희들의 마음입니다.
    고인이 어떤 분이었으며 떠나보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지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쇳덩이님 부음을 접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탄식을 거푸 질러댔습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쇳덩이님 생각이 머리를 맴돌며 한 순간도 떠나질 않네요.
    댓글 없이 늦은 배웅이라도 하려고 가던 중, 그만 사정이 생겨 돌아왔더랬습니다.

    십여년 전 첫 만남, 이후 산길에서 술자리에서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주옥 같은 글들...
    음악, 오디오기기, 영화, 축구, 기계... 두루두루 해박한 지식에 다들 감탄을 거듭했지요.
    전문성과 익살을 겸비한 글 솜씨는 또 어찌나 놀라운지 저는 늘 공감하고 감동했습니다.

    산따라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늘 즐기며 행복해 하셨는데...
    대화 중에는 남달리 예민한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보였고, 늘 자신을 낮추셨는데...
    지난 수년간 직접은 못 만나고 간혹 홈피 사진으로 뵈면서 언젠간 만나리라 했었는데...
    지난 10월 잣향기푸른숲 사진을 마지막으로 영영 떠나고 못 뵙게 되니...
    저는 여러 사정으로 무심했던 지난 수년에 대한 죄책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산따라를 사랑하고 산따라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쇳덩이님...
    수년 동안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홀로 마주하며 마음 아프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생전의 고단함 잊으시고, 이제 평온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4.04.15 01:28

  • 참치샐러드메시지 아이콘

    잘 챙겨드린것도 없는것 같은데...그런 저한테 먼저 친구하자고 다가와주셨던 나의 베프 쇳덩이님.
    정말 좋은 친구였던 쇳덩이님인데 아ㅠㅠㅠ편히 쉬세요...

    2024.04.15 02:28

  • 서울.메시지 아이콘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좋은 친구 만나 좋아하시는 음악과 책을
    이야기하며 즐겁고 행복하십시오.... 안. 녕. 히.......

    2024.04.15 03:33

  • 푸른봄시내메시지 아이콘

    어느순간 쇳덩이님을 뵈었을때 살이 많이 빠지셨구나 했는데 그동안 편찮으셨던거였네요...
    이런저런 말씀 많이 해주셨었어요.
    어떤날은 저 말씀이 언제나 끊어질까 했었던적도 있구요..
    그 어떤날이 후회가 되는 지금입니다.
    부디 저 하늘에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2024.04.15 08:52

  • 남동관악메시지 아이콘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이 나라를 그토록 걱정했던.....
    이제 형님 좋아하시는 노짱님 만나서 나라 걱정은 하지 마시고 재미난 얘기 실컷 나누시길요.

    2024.04.15 09:49

  • 스카이워ㅋㅓ메시지 아이콘

    형하고 처음 같은 테이블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게 아마도 수년전 수유시장 어딘가 조개구이 집이었어요.
    그후로 형하고 친해지면서 이런저런 얘기들 참 많이 나누었지요.
    언젠가 국수집에선 50년전 첫사랑 얘기도 해주셨어요.
    늘 말씀 하셨죠,
    돈 이만원내고 이렇게 푸짐하게 친구들과 즐겁게 놀수 있는 곳이 산따라 말고 어디 있냐고요.
    산따라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으셨죠?
    작년 초겨울 한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제가 전화 드렸어요.
    통화할때 제가 싫은 소리 좀 했어요.
    나이탓 하지 마시고 그냥 나오시라고...
    그게 마지막일줄은 몰랐습니다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으셨을까....
    그래도 형 보고 싶어서 가시는길에 친구들이 많이 왔어요.
    형을 알고 지냈던 짧았던 시간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2024.04.15 11:18

  • 그냥저냥메시지 아이콘

    쇳덩이님을 떠나보내는 새벽길님의 글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정해진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매 시간이 귀하고 모든 만남이 의미 있었을텐데 우리는 몰랐습니다.
    몸으로 체험한 그 생생한 역사며 스포츠, 음악, 영화 등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어디서 들을수 있을지.
    한편으론 쇳덩이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쇳덩이님을 아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아 계실 테니까요.
    이제 고통없는 그 곳에서 평안히 영면 하소서.

    2024.04.15 11:31

  • 인하.메시지 아이콘

    얼마나 많이 힘드셨을까....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쇳덩이님과의 추억은 오래오래 간직 될 것이고 문득 생각이 나겠지요.
    씩~ 웃는 모습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안녕 쇳덩이님....

    2024.04.15 11:38

  • 눈꽃산책메시지 아이콘

    새벽길님 이렇게 멋진 글 너무 감사합니다.
    쇳덩이님께서 지금껏 살아오신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해 주시고 늘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 멋진 순간들이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가 쇳덩이님을 오래도록 기억할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
    그 이름은 바로 << 민.경.석 >> 당신입니다 ....

    2024.04.15 12:33

  • 다시오는 봄메시지 아이콘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한창인데,
    너무도 아름다운 이 순간에도
    살고 지고 살고 지고, 잔인한 4월입니다.
    그래도 자연속에 쇳덩이님 함께하실거니까.... 우리 또 만날거니까....
    일상으로 돌아올 산따라 여전히 사랑해주시고 보살펴주시길....
    아무 고통없이 내내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2024.04.15 12:55

  • 모란메시지 아이콘

    쇳덩이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어쩌면 쇳덩이님은 험한 세상에서 감수성 짙은 여린 마음을 쇳덩이 같이 단단하게 단련하고 싶으셨나봅니다. 정말 쇳덩이처럼 사셨습니다. 그렇게 견딘 마음이 안쓰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평소 말씀 많이 들어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빚으로 남습니다.

    2024.04.15 14:51

  • 유스티나메시지 아이콘

    산따라에 가입한지 얼마 안되어 누가 누군지도 모를때,,,
    당연히 새벽길님이 누군지도 모를때
    산행중에 쇳덩이님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쇳덩이님이 "나는 새벽길이 참 좋아,, 참 배려 넘치는 사람이야" 라고 하시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대화중에 자주 몇학번이야 ? 라고 물으면서 나이를 확인하는데,,,그럴때마다
    기가 죽었는데,,, 새벽길님은 초등학교 몇년도에 입학했어요 ? 라고 물었다고.
    그래서 학교 얘기가 나와도 하나도 기가 죽지 않았다고...."
    그까짓 조금 더 배우고, 덜 배우고가 하나도 중요치 않은데,
    그래도 쇳덩이님이 평생을 컴플렉스로 여기며 맘 불편하게 살아오셨으니,
    꼭 다음 생애에는 부자집에 태어나셔서, 하고 싶은 공부 지겹도록 하시고,
    다니고 싶은 학교 맘껏 다니셔서 가방끈 기~~인 한 세상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2024.04.15 15:42

  • 리-얀메시지 아이콘

    친우를 갑작스레 하늘나라에 보내시고
    상심 크실 새벽길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04.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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